알고리즘/오프라인 대회

APIO 2017

kdh9949 2017. 5. 14. 21:08

시험 날 왠지 모르게 졸렸다. 그게 약간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다....

시험장에 들어가 컴퓨터를 만져 보는데 엄청 느렸다.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이 그리워지는 대회 환경이었다 ㅠㅠ

문제 3개를 딱 펴 본 뒤 처음 든 생각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였다. 1번은 2차원 그리드에서 특정 직사각형 내의 점들의 연결 컴포넌트 수를 구하는 쿼리 문제였는데 매우 어려워 보였고, 2번은 그래프를 돌면서 특정 작업을 하는데 그러면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이익을 많이 내는 사이클의 효율을 구하는 문제였는데 역시 매우 어려워 보였다(...) 3번은 interactive하게 게임을 진행하면서 상대가 N개의 아이템에 매겨 놓은 값을 구하는 문제였는데 이것도 아무것도 모르겠었다 ㅜㅜ 일단 그나마 잡으면 점수가 나오긴 할 것 같았던 3번을 먼저 잡았다.

처음 1시간 동안 열심히 생각했는데 5개 subtask 중 처음 2개 (그것도 매우 쉬운 것) 밖에 못 풀었다. 이 때가 19점이었다. 사실 이 때 쯤부터 "망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던 것 같다. (대회 중에 그런 생각을 해 봐야 전혀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왠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2번으로 넘어왔다.

2번을 처음 봤을 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안 들었는데 다시 보니 "임의의 정점 i, j 쌍에 대해 i에서 물건을 사서 j까지 들고 가서 팔았을 때 얻는 최대 이익"을 계산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 다음에 dp를 생각하다가 "효율"은 단순 가산으로 최적해를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거기서 생각이 막혀버렸다. 그 다음에 몇십 분 정도를 아무 것도 생각 못하면서 날린 것 같다. 왜 계속 딱 봐도 안 되게 생긴 dp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1번으로 잠시 넘어왔는데 1번은 정말 이번에도 아무 생각이 안 났고, 1번은 내가 못 푸는 문제라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후 3번으로 넘어왔다. 다행히 이 때 3번의 마지막 2개의 subtask (전체 값을 구하는 것)를 풀 방법이 생각났고, 1시간 남짓 시간을 써서 풀어 냈다. 사실 이 때도 중간중간에 뻘짓(?)을 좀 하면서 시간을 날린 것 같다. 그렇게 3번 82점을 받은 뒤 3번의 나머지 subtask에 대해 아무 생각이 안 들길래 그냥 1, 2번을 긁고 끝내는 게 최선이겠다는 생각으로 넘어왔다. (이 때 1시간 정도 남았었다)

1번 23점, 2번 12점 (점수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정도가 trivial한 subtask였던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코딩이 둘 다 꼬여 결국 1시간 동안 1번 11점밖에 못 긁었다.

대회 소감을 한 단어로 하면 "망했다"일 것이다. 2016 IOI 1차 선발고사 때와 약간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만 하다가 아무 것도 못 하고 끝난 것 같아서 매우 아쉬웠다.

끝나고 나와서 1, 2번 풀이를 그냥 들어버렸는데 2번이 생각보다 훨씬 쉬운 문제였다는 것을 알고 아쉬움이 엄청 크게 들었다. 내가 생각한 부분에서 "파라메트릭"이라는 생각만 한 3분 정도 진지하게 해 봤어도 풀이가 바로 보였을 텐데 매우 아쉬웠다. 1번은 승원이가 "V-E+F=1"을 쓰면 쉽다는데 이게 쉬운 건지 어려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대회 중에 못 풀었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대회를 컨디션 때문에 망쳐 본 적은 없는데 (사실 컨디션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을 비롯해, 멘탈의 중요성도 뼈저리게 깨달은 것 같다. 사실 내가 대회 중에 "아 망했다" 하면서 멍 때린 시간에 계속 생각을 했으면 다른 건 몰라도 2번은 풀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버추얼이든 뭐든 대회 연습을 많이 하면서, 또 연습 중에 항상 정신을 차리면서 열심히 임해야 이런 일이 다시 안 일어날 것 같다.

멘토조교 중 한 명인 koosaga가 "혹시 APIO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건설적인 스트레스인지 생각해보고 아니면 잊어버려라"라고 조언을 해 주었는데 맞는 말 같다. 이번 대회를 망친 건 사실이고, 앞으로는 이러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것 때문에 "나는 APIO 메달도 못 딴 찐따야" 하고 있으면 아무 도움도 안 될 것이다.

앞으로 국대교육 들어가기 전에 대회 연습을 4번 정도 더 할 것 같은데, 그 때마다 실전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처음 몇 분 동안 생각이 안 난다고 멘탈 깨지고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올해 2차 선발고사 2문제를 마지막 30분에 맞았던 것을 항상 기억하며 끝까지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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